오랜 시간 부부처럼 함께 살며 재산을 같이 일군 사이라도,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으면 법적으로는 사실혼입니다. 이런 관계가 끝났을 때 함께 모은 재산을 나눠 받을 수 있는지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혼 배우자에게 법정상속권은 없지만, 상속과는 다른 '재산분할'이라는 별개의 길이 있습니다. 다만 그 길이 열리는지는 관계가 어떻게 끝났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상속과 재산분할은 서로 다른 길입니다
먼저 두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은 한 사람이 사망했을 때 그 재산이 법이 정한 상속인에게 넘어가는 것이고, 재산분할은 부부가 헤어질 때 함께 모은 재산을 각자의 기여에 따라 나누는 것입니다.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인이 될 수 없지만, 일정한 경우 재산분할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출발점이 다른 두 길이므로, 상속권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함께 모은 재산을 전혀 받을 수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살아 있을 때 관계가 끝나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모두 살아 있는 상태에서 사실혼 관계가 끝난 경우, 한쪽은 다른 쪽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사실혼도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을 한 관계로 보아, 혼인이 해소될 때와 마찬가지로 함께 형성한 재산을 나누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때 나누는 기준은 누구 명의로 되어 있느냐가 아니라, 그 재산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각자가 얼마나 기여했는지입니다. 집안일이나 상대의 사업을 도운 것도 기여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깬 쪽에는 위자료를 함께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인정 범위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망으로 관계가 끝나면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문제는 사실혼이 한쪽의 사망으로 끝난 경우입니다. 이때는 재산분할 청구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취지입니다. 사망으로 관계가 끝나면 남은 재산은 상속의 영역으로 넘어가는데,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살아 있을 때 헤어졌다면 재산분할로 보호받을 수 있던 사람이, 상대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길마저 막히는 다소 모순된 결과가 됩니다. 같이 살며 재산을 모았더라도 상대가 사망하면 그 재산은 고인의 자녀나 부모 등 법정상속인에게 돌아가고, 사실혼 배우자는 그 분배에서 빠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미리 대비하는 현실적 방법
이런 공백 때문에, 상대가 사망한 뒤를 대비하려면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 유언·생전증여 — 가장 분명한 방법입니다. 유언으로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을 남기거나 생전에 증여해 둘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하면 그 범위에서 돌려달라는 청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보험수익자 지정 — 생명보험의 수익자를 사실혼 배우자로 지정해 두면, 사망 시 보험금을 받도록 미리 정해 둘 수 있습니다.
- 주택임차권 승계 — 고인이 세 들어 살던 집이라면, 일정한 요건 아래 사실혼 배우자가 임차인의 지위를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 일부 연금 — 국민연금의 유족연금처럼, 법이 사실혼 배우자를 유족으로 인정해 지급하는 급여도 있습니다. 제도마다 인정 범위가 다르므로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은 없지만, 살아 있을 때 관계가 끝나면 함께 모은 재산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가 사망해 관계가 끝난 경우에는 이 청구가 원칙적으로 어려우므로, 유언·증여나 보험·연금 같은 제도를 통해 미리 대비해 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사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상황은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