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치매 진단을 받으면 걱정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병 자체도 걱정이지만, 통장과 현금을 스스로 지키기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남습니다. 판단력이 떨어진 뒤 사기를 당하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재산을 갈취당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요양시설에 들어간 뒤 남은 재산이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떠올릴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을 청구하거나, 은행 같은 금융기관과 치매신탁 계약을 맺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국가가 직접 재산을 맡아 관리해 주는 세 번째 선택지가 2026년에 더해졌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국민연금공단이 운용하는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입니다. 2026년 4월 22일 시범사업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아직 정원과 조건이 정해진 시범 단계이지만, 공공기관이 개인의 재산을 직접 맡는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성격이 다릅니다.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는 어떤 제도인가요?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국민연금공단이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공공신탁 제도입니다. 여기서 신탁은 재산을 믿고 맡긴다는 뜻으로, 맡긴 사람의 뜻과 미리 정해 둔 계획에 따라 맡은 쪽이 재산을 관리하고 지출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대상은 치매나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에 해당하는 가벼운 기억 저하)로 스스로 돈을 관리하기 어려운 분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재산을 신탁받아 생활비와 의료비, 요양비 등을 계획에 맞춰 나누어 씁니다. 목돈을 그대로 쥐고 있다가 한 번에 잃는 구조가 아니라, 필요한 곳으로 정해진 만큼 흘러가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2026년 시범사업 정원은 750명이며, 정부는 약 19억 원의 예산을 들였습니다. 2년간 운영을 점검한 뒤 2028년 본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규모가 크지 않은 시범 단계라는 점을 함께 감안해야 합니다.

어떤 재산을 얼마까지 맡길 수 있나요?

맡길 수 있는 재산은 정해져 있습니다. 현금,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주택연금 같은 현금성 자산으로 한정됩니다.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은 전세나 월세 계약이 끝났을 때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말합니다. 이 권리를 맡겨 두면 나중에 보증금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동산 자체는 대상이 아닙니다. 살고 있는 집이나 토지를 이 제도로 관리해 달라고 맡길 수는 없습니다. 재산이 부동산 위주인 분에게는 이 제도만으로 부족합니다.

맡길 수 있는 상한은 10억 원입니다. 상한선이 있다는 점, 그리고 다룰 수 있는 재산의 종류가 좁다는 점이 이 제도의 테두리입니다. 신청 전에 부모님의 재산이 현금성 자산과 부동산 중 어느 쪽에 몰려 있는지부터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신청하면 어떤 절차로 진행되나요?

국민연금공단은 신청자와 먼저 깊이 상담합니다. 이때 살펴보는 것은 재산 액수만이 아닙니다.

이런 사정을 확인한 뒤 재정 지원 계획을 세우고 계약을 맺습니다. 계약이 이루어지면 그 뒤로는 지출 내역까지 공단이 관리하고 감독합니다. 맡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돈이 계획대로 쓰이는지 계속 확인하는 구조입니다.

상담은 국민연금공단 7개 지역본부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전화로는 국민연금공단 콜센터(1355)나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로 문의해도 됩니다.

성년후견, 치매신탁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비슷해 보이는 제도가 이미 있습니다. 셋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정리하면 관리 주체가 다릅니다. 공공신탁은 공공기관, 후견은 법원, 치매신탁은 금융기관입니다. 공공신탁은 대상과 재산 범위가 좁게 정해진 대신, 국가기관이 직접 관리한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는 선택지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재산 관리 외에 신상에 관한 결정을 대신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떤 치료를 받을지, 어느 시설에서 지낼지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성년후견을 함께 검토하는 편이 낫습니다.

누가 이용하면 좋고 이용료는 얼마인가요?

경제적 학대 위험이 있는 기초연금 수급자가 주된 대상입니다. 재산을 노린 사기나 갈취가 걱정되는 경우입니다.

기초연금을 받지 않는 65세 이상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는 이용료가 듭니다. 위탁재산의 연 0.5%이며, 최대 500만 원입니다.

저소득층이거나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조기 발병 치매(65세 이전에 발병한 치매) 환자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움이 되는 쪽은 가족이 곁에 없거나 홀로 사는 고령자입니다. 재산을 대신 지켜볼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그 자리를 맡아 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맡길 재산이 부동산 중심이거나, 재산 관리를 넘어 신상 결정까지 필요한 상황이라면 이 제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때는 성년후견을 함께 놓고 견주어야 합니다.

정리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는 현금성 자산을 국가가 맡아 관리해 주는 새 제도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국민연금공단이 운용하며, 2026년 4월 22일 시범사업으로 시작했습니다.

성년후견이나 치매신탁과 겹쳐 보이지만 관리 주체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달라, 재산의 구성과 필요한 도움의 종류에 따라 골라야 합니다. 현금성 자산이 안전하게 쓰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공신탁이, 신상 결정까지 필요하다면 성년후견이 어울립니다.

아직 시범사업 단계여서 정원과 조건이 정해져 있으므로, 대상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한 뒤 신청하시길 권합니다. 사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상황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