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관계가 아닌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흔히 혼외자라고 부릅니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상속 문제가 불거지면서, 혼외자가 상속을 받을 수 있는지 묻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보면 법적으로 친자관계가 확인되면 혼인 중에 태어난 자녀와 똑같은 권리를 가집니다. 다만 그 관계를 어떻게 확인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친자관계가 인정되면 상속분은 같습니다
혼외자라는 이유만으로 상속분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법적으로 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친자관계가 인정되면, 혼인 중에 태어난 자녀와 동일한 순위의 상속인이 되고 상속분도 같습니다.
문제는 이 친자관계가 저절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머니와 자녀 사이는 출산이라는 사실로 관계가 분명하지만, 아버지와 자녀 사이는 별도의 절차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이 확인 절차를 인지(아버지가 혼외자를 자기 자녀로 인정하는 것)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스스로 인지하는 경우
가장 단순한 경우는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직접 자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시청·구청 등에 인지 신고를 하면 친자관계가 법적으로 정리됩니다. 유언으로 인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인지가 되면 그 효력은 자녀가 태어난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즉 인지 신고를 한 시점이 아니라 출생 시점부터 친자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아버지가 생전에 인지를 마쳐 두었다면, 상속이 열릴 때 혼외자는 당연히 상속인에 포함됩니다.
아버지가 인지하지 않을 때 — 인지청구 소송
아버지가 자녀로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기 전에 사망한 경우가 실제로는 더 흔합니다. 이때는 자녀(또는 그 법정대리인)가 법원에 인지청구 소송을 제기해 친자관계를 확인받을 수 있습니다.
소송에서 친자관계를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전자 검사입니다. 아버지나 그 직계가족과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그 밖에 함께 지낸 정황, 양육비를 보낸 기록,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도 보조 자료로 쓰입니다.
법원이 친자관계를 인정하면, 인지와 마찬가지로 그 효력은 출생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결국 이 자녀는 처음부터 상속인이었던 것으로 정리됩니다.
사망한 뒤에도 청구할 수 있을까
아버지가 이미 사망한 경우에도 인지청구는 가능합니다. 다만 이때는 정해진 기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아버지의 사망을 안 날부터 일정 기간(현행 민법상 2년) 안에 검사를 상대로 인지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더는 친자관계를 다툴 수 없게 되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전에는 이런 기간 제한 없이 언제든 청구할 수 있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미 다른 상속인들이 재산을 나눈 뒤라면
인지청구가 받아들여졌을 때 가장 자주 부딪히는 상황은, 다른 상속인들이 이미 상속재산을 나눠 가진 뒤에 친자관계가 확인되는 경우입니다.
인지의 효력이 출생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그 사이 다른 상속인들이 정당하게 마친 재산 분할 자체를 모두 되돌리지는 않습니다. 대신 뒤늦게 인지된 자녀는 자기 몫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른 상속인들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재산을 현물 그대로 다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상속분에 해당하는 값을 돈으로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자기 몫을 되찾는 청구에도 정해진 기간이 있습니다. 친자관계가 확인되어 자신이 상속인임을 안 날부터 일정 기간 안에 행사해야 하므로, 인지 판결이 확정된 뒤 곧바로 절차를 챙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리
혼외자도 친자관계가 법적으로 인정되면 혼인 중 자녀와 같은 상속분을 가지며, 아버지가 인정하지 않으면 인지청구 소송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망 후에는 정해진 기간 안에 청구해야 하고, 이미 재산이 나뉜 뒤라면 자기 몫을 금액으로 청구하는 길이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상황은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