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가 가장 오래 안고 사는 걱정 중 하나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자녀를 누가 돌볼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막연히 미뤄두기 쉽지만, 미리 준비해 둘 수 있는 선택지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 글은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후견 설계와 재산을 남기는 방법을 차분히 정리합니다. 구체적인 상황은 사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성년후견을 미리 신청해 둘지

자녀가 스스로 재산을 관리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라면, 성년후견을 통해 후견인을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후견인은 자녀를 대신해 재산을 관리하고 필요한 법률 행위를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부모 본인이 후견인이 되어 자녀를 돌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리 성년후견을 신청해 두면, 부모가 갑자기 건강을 잃거나 사망했을 때 후견의 틀이 이미 갖춰져 있어 공백을 줄일 수 있습니다. 후견인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모든 경우에 미리 신청해 두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자녀의 상태나 재산 규모, 가족 상황에 따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있는 동안에는 후견을 두지 않고 지내다가, 필요한 시점에 신청하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후견인 후보를 누구로 할지

부모 사후에 자녀를 돌볼 후견인을 누구로 할지가 핵심입니다. 크게 세 가지 선택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모든 역할을 맡기기보다, 예컨대 일상의 돌봄은 가족이 맡고 재산 관리는 전문가가 맡도록 역할을 나누는 방법도 있습니다. 후견인을 정하는 최종 권한은 법원에 있지만, 부모가 평소 누구를 적합하게 보았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때 중요한 참고가 됩니다.

부모가 미리 정해둘 수 있는 범위

부모가 자녀의 후견에 대해 미리 의사를 남겨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녀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상태라면, 자녀 본인이 건강할 때 신뢰하는 사람과 후견계약을 맺어 둘 수 있습니다. 이는 자녀가 직접 후견인을 미리 정해 두는 제도입니다. 다만 자녀의 장애 정도에 따라 이 방법이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 자신은 유언이나 평소의 기록을 통해 "누구를 후견인 후보로 생각한다", "재산을 어떻게 관리해 주기 바란다"는 뜻을 남겨둘 수 있습니다. 이런 의사 표시가 법원을 그대로 구속하지는 않지만, 후견인을 선임할 때 실제로 비중 있게 고려됩니다. 막연히 마음으로만 두지 말고 분명한 형태로 정리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재산을 어떻게 남길지

자녀에게 재산을 남길 때는, 자녀가 그 재산을 스스로 지키고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큰 재산을 한꺼번에 물려주면 오히려 관리가 어렵거나 주변에서 부당하게 가져갈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신탁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신탁은 믿을 수 있는 기관이나 사람에게 재산을 맡겨, 정해진 방식대로 자녀를 위해 쓰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매달 일정액을 생활비로 지급하도록 설계하는 식입니다. 다른 자녀가 있다면 그들과의 형평도 함께 살펴 다툼의 소지를 줄여두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방식이 적합한지는 재산의 종류와 가족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후견과 특정후견의 활용

후견인을 맡아 줄 가족이 마땅치 않은 경우, 공공후견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일정 요건을 갖춘 발달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후견인을 연결해 주고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자격과 지원 범위는 지역과 시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거주지 관할 기관에 확인해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또한 후견이 항상 자녀의 모든 결정 권한을 대신하는 형태일 필요는 없습니다. 특정한 사안에 한해 일시적으로 도움을 받는 특정후견을 활용하면, 자녀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필요한 부분만 보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