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제대로 키우지 않은 부모가 그 자녀의 사망 후 나타나 상속을 주장하는 일이 사회적 논란이 되곤 했습니다. 이를 막을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그 결과 민법이 개정되어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제도가 마련됐습니다. 이 제도의 정식 내용은 민법 제1004조의2에 신설된 상속권 상실로,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일정한 사유가 있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가정법원이 박탈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입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상속권 상실 제도란

새로 들어온 제도는 민법 제1004조의2에 규정된 상속권 상실입니다. 상속인이 될 사람(주로 부모와 같은 직계존속)이 피상속인이 미성년일 때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가정법원이 그 사람의 상속권을 잃게 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법률상 당연히 상속에서 배제되는 상속결격(민법 제1004조)과는 별개의 제도라는 것입니다. 상속결격은 살인·유언 방해 등 정해진 사유가 있으면 별도 재판 없이 자격을 잃지만, 상속권 상실은 가정법원의 결정이 있어야 효력이 생깁니다.

유류분 제한과의 차이

비슷해 보이지만 유류분을 제한하는 것과 상속권을 잃게 하는 것은 다릅니다. 유류분은 상속인에게 최소한 보장되는 몫을 말합니다. 유류분이 제한되면 그 최소한의 몫을 받지 못할 뿐, 상속인이라는 지위 자체는 남아 있습니다.

반면 상속권 상실은 상속인 지위 그 자체를 잃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으로 정해진 상속분(법정상속분)도, 최소한의 몫인 유류분도 모두 받을 수 없게 됩니다. 효과가 더 근본적이라는 점에서 두 제도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가지 청구 방법

상속권 상실은 두 갈래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첫째, 피상속인이 살아 있을 때 공정증서 유언으로 특정 상속인의 상속권을 잃게 하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 두는 방법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유언만으로 자동으로 상실되는 것은 아니고, 사망한 뒤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해야 합니다.

둘째, 그런 유언이 없더라도 다른 공동상속인이 그 사유를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청구하는 방법입니다. 이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최종 판단은 가정법원이 합니다.

법률적으로 따져볼 점

제도의 문구에는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중대하게 위반', '중대한 범죄행위', '심히 부당한 대우' 같은 기준이 그렇습니다. 이런 표현은 미리 딱 떨어지게 정해 두기 어려운 불확정개념이어서, 단순히 오래 연락이 없었다거나 왕래가 드물었다는 정도만으로 곧바로 상속권을 잃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부양의무를 저버린 정도가 중대한지를 법원이 구체적인 사정을 따져 판단하며, 그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적용 시점도 살펴볼 점입니다. 제도의 시행일은 2026년 1월 1일이지만, 개정법 부칙에 따라 2024년 4월 25일 이후에 개시된 상속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상속이 시작된 경우라면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부양의무 위반이나 부당한 대우가 중대했다는 점은 청구하는 쪽이 자료로 뒷받침해야 하므로, 관련 기록을 미리 정리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정리

이른바 구하라법은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저버리거나 피상속인 측에 중대한 잘못을 한 사람의 상속권을 가정법원이 박탈할 수 있게 한 제도(민법 제1004조의2)로, 2026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몫만 제한하는 유류분과 달리 상속인 지위 자체를 잃게 한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상속결격과는 별개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생전 유언을 통한 사전 대비든 상속 개시 후의 청구든, 사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상황은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