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함께 산 반려동물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걱정을 하십니다.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이 아이는 누가 돌볼까 하는 걱정입니다. 남은 재산 가운데 얼마쯤은 이 아이 몫으로 떼어 두고 싶다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려동물에게 재산을 직접 물려주는 것은 되지 않습니다.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법이 동물을 어떤 존재로 다루고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다만 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을 거치거나, 돌봄에 쓸 돈을 따로 맡겨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반려동물은 왜 상속인이 될 수 없나요?
우리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봅니다. 정확히는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대상, 즉 재산의 하나로 다룹니다. 아끼는 마음과는 별개로 법의 분류가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동물을 물건이 아닌 존재로 보자는 민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확정된 법은 아닙니다. 논의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에 따라 앞으로의 취급은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 유언장을 준비하는 분이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현재의 법입니다.
재산을 물려받으려면 사람이거나 법인이어야 합니다. 동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은 상속인(재산을 물려받는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유언으로 재산을 주는 대상, 즉 수증자(유언으로 재산을 받는 사람)도 될 수 없습니다.
유언장에 반려동물 이름을 적으면 어떻게 되나요?
유언장에 '내 예금을 반려견에게 남긴다'라고 적어 두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적어도 그 부분은 효력이 없습니다. 재산을 받을 자격이 없는 대상에게 재산을 주도록 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기고 싶은 마음은 사람을 거쳐야 실현됩니다. 아이에게 직접 준다는 문장이 아니라, 아이를 돌볼 사람에게 재산이 가되 돌봄이 함께 따라가도록 설계하는 문장이 필요합니다.
유언장을 쓰기 전에 정해 두어야 할 것은 금액보다 사람입니다. 누가 실제로 아이를 데려가 기를 것인지, 그 사람에게 이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 부분이 비어 있으면 아무리 정성껏 쓴 문장도 실행 단계에서 멈추게 됩니다.
돌봐 줄 사람에게 의무를 지우는 부담부 유증은 어떤 방식인가요?
첫 번째 방법은 부담부 유증(負擔附 遺贈)입니다. 조건이 붙은 유언이라는 뜻입니다.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을 정하고, 그 사람에게 재산을 남기면서 대신 아이를 끝까지 돌보라는 의무를 함께 지우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조카에게 일정 금액을 남기면서, 그 대가로 반려묘를 책임지고 기르도록 정할 수 있습니다.
구조가 간명하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재산은 한 번에 돌봄인에게 넘어갑니다. 따로 관리 기구를 두지 않아도 되고, 절차도 상대적으로 단순합니다.
다만 넘어간 뒤의 관리는 그 사람의 몫이 됩니다. 그 돈이 실제로 아이에게 쓰이는지, 얼마나 오래 쓰이는지는 받는 사람의 성실함에 기대게 됩니다. 그래서 이 방법은 사람을 고르는 일의 비중이 특히 큽니다.
신탁은 부담부 유증과 무엇이 다른가요?
두 번째 방법은 신탁(信託)입니다. 신탁은 믿을 만한 사람이나 기관에 재산을 맡기고, 정한 목적대로 쓰게 하는 제도입니다. 유언대용신탁(遺言代用信託)이나 이른바 펫신탁이 여기에 속합니다.
돌봄에 쓸 돈을 미리 맡겨 두고, 아이를 실제로 기르는 사람에게 그 돈이 나가도록 설계합니다. 재산을 통째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쓰임의 경로를 미리 정해 두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두 방법의 차이는 관리에 있습니다. 부담부 유증은 재산이 한 번에 돌봄인에게 넘어가고, 신탁은 맡긴 돈을 필요에 따라 나누어 쓰게 할 수 있습니다. 병원비나 사료비처럼 꾸준히 드는 비용에는 신탁이 어울립니다.
감독 장치를 붙이기 쉽다는 점도 신탁의 특징입니다. 신탁에서는 수탁자를 감독하는 신탁관리인을 두도록 해 두면, 돌봄이 정해진 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여지가 생깁니다.
어떤 점을 미리 점검해야 하나요?
가장 큰 어려움은 돌봄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지켜보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재산을 남긴 사람은 이미 세상에 없고, 재산을 받은 사람이 아이를 소홀히 대해도 이를 알아채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돌봄을 감독할 사람을 따로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신탁이라면 신탁관리인(수탁자를 감독하는 사람)을 두도록 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비용과 수탁자 선정도 살펴야 합니다. 금융기관을 통한 신탁은 관리에 드는 수수료가 있습니다. 개인에게 맡긴다면 그 사람이 아이의 남은 생애만큼 오래 신뢰할 만한지 따져 보아야 합니다.
유류분(遺留分)과의 관계도 놓치기 쉬운 지점입니다. 유류분은 일정한 상속인에게 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몫입니다. 반려동물 돌봄에 재산을 많이 배정하면 자녀 등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반환을 요구받을 수 있으므로 배분의 균형을 미리 점검해야 합니다.
가족에게 미리 알려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유언장이 열린 뒤에야 알게 되면 돌봄 자체가 갈등의 소재가 되기 쉽습니다. 남은 가족이 납득한 설계일수록 실제로 지켜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정리
반려동물에게 재산을 직접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 법이 동물을 소유의 대상인 물건으로 다루기 때문에, 상속인도 수증자도 될 수 없습니다.
대신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돌봐 줄 사람에게 의무를 붙여 재산을 남기는 부담부 유증, 돌봄 비용을 맡겨 두고 나누어 쓰게 하는 신탁입니다. 어느 쪽이든 감독과 비용, 유류분을 함께 살펴야 마음이 실제로 지켜집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가족 구성과 재산 규모에 따라 알맞은 방법은 달라집니다. 사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상황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