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분이 유언으로 특정 재산이나 돈을 남겨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유언으로 재산을 받는 것을 유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유언을 실제로 집행하는 사람이 유언집행자입니다.

그런데 유증받을 사람이 정해져 있어도, 집행이 곧바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상속인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몇 해씩 늦어지기도 합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드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받기로 한 돈이 늦게 지급되면, 그 늦어진 기간의 지연이자는 언제부터 계산될까요. 돌아가신 날부터일까요, 아니면 다른 시점일까요. 이 문제를 정리한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무엇이 문제가 되었나요?

사건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어떤 분이 특정한 사람에게 일정한 금전을 주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이런 형태를 특정유증이라고 합니다. 유증받을 사람은 유언집행자에게 그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집행이 수년간 늦어졌습니다. 유증받을 사람은 원래 받을 돈뿐 아니라, 돌아가신 다음 날부터 계산한 지연이자까지 함께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사망한 시점부터 이미 돈을 줄 의무가 시작됐으니 그때부터 이자가 붙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핵심 쟁점은 이행기(돈을 줘야 하는 기한)가 언제 도래하느냐였습니다. 사망 시점인지, 유언집행자가 일을 맡은 시점인지, 아니면 또 다른 때인지가 문제된 것입니다.

몇 해가 늦어진 사건에서는 이 시점 하나가 실제로 받는 금액을 크게 갈라놓습니다. 원금은 같아도 이자가 붙는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대법원 2025. 7. 16. 선고 2024다293313 판결은 이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유언집행자가 특정유증받을 사람에게 재산을 넘겨줄 의무를 살폈습니다. 유언으로 따로 정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기한 없는 채무라고 보았습니다. 기한 없는 채무란, 언제까지 갚아야 한다는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빚을 뜻합니다.

이런 채무는 미리 정해진 기한이 없으므로, 채권자가 이행을 청구한 때부터 비로소 지체 책임이 생깁니다. 지체 책임이란 의무를 제때 다하지 않아 생기는 지연이자 등의 책임을 말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돌아가신 시점이나 유언집행자가 취임한 시점만으로 자동으로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증받을 사람이 유언집행자에게 돈을 달라고 청구한 그때부터 지연이자가 계산됩니다.

기다리기만 하면 어떻게 되나요?

이 판단은 유증받을 사람에게 분명한 행동 지침을 줍니다.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집행이 늦어져도 그 기간의 지연이자가 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연이자는 사망 시점부터 저절로 쌓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실무상 함정이 있습니다. 집행이 늦어지는 사건은 대체로 상속인들 사이에 다툼이 있는 사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일단 정리되기를 기다리자"는 판단을 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기다린 기간이 길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늦어진 책임이 나에게 없더라도 청구를 하지 않았다면 그 기간의 이자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청구는 어떻게 남겨 두어야 하나요?

이자를 받고 싶다면 유언집행자에게 이행을 명확히 청구해 두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청구한 시점을 뒤에 증명할 수 있도록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청구 자체는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증명입니다. 구두로만 요구하면 언제 청구했는지를 두고 다시 다투게 되고, 증명하지 못한 기간의 이자는 결국 인정받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기록이 남는 방법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청구서에는 어떤 유언에 따라 무엇을 달라는 것인지를 특정해 적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나중에 그 청구가 이 유증에 관한 것이었는지를 두고 다투는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유언집행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지나요?

반대편 입장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유언집행자는 청구를 받기 전 기간에 대해서는 지연이자 부담이 원칙적으로 없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청구를 받은 뒤에는 지체 책임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청구를 받으면 이행이 늦어지는 사유와 진행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며 절차를 밟는 편이 안전합니다. 유언에 이행 시기가 따로 정해져 있는지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정해져 있다면 이 판결의 기준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

특정유증의 이행 의무는 기한 없는 채무입니다. 그래서 지연이자는 돌아가신 때가 아니라, 유증받을 사람이 이행을 청구한 때부터 붙습니다.

유증받을 재산이 있다면 유언집행자에게 이행을 분명히 청구하고, 그 시점을 기록으로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절차 하나가 이자 계산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유언의 내용과 유증의 형태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상황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