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을 둘러싼 다툼은 조문만 읽어서는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겉보기에 비슷한 상황이라도 재산을 어떤 방식으로 물려받았는지, 다툼을 어떤 청구로 구성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 법원이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함께 보아야 방향이 잡힙니다.

이 글에서는 2025년에 선고된 상속 관련 대법원 판결 가운데 일상에서 부딪히기 쉬운 두 건을 골라 정리했습니다. 하나는 재산과 빚을 통째로 물려받은 사람이 그 빚을 어디까지 부담하는지에 관한 판결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상속인이 부모 예금을 가져갔을 때 그 돈을 돌려받는 청구의 성격에 관한 판결입니다.

두 판결은 모두 받을 몫만 계산해서는 부족하고 빚과 기간까지 함께 챙겨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확인된 판결 내용만 다루고, 어려운 용어는 처음 나올 때 괄호로 풀어 설명하겠습니다.

재산 전부를 물려받으면 빚도 전부 떠안게 되나요?

첫 번째는 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2다220014 판결입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유언으로 재산 전부를 한 사람에게 남겼습니다. 이렇게 재산과 빚을 통틀어 넘겨주는 유증을 포괄유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상속인이 유류분(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상속 몫)을 청구해 일부를 돌려받으면서 다툼이 생겼습니다. 유류분을 받아 간 사람도 그만큼 빚을 나누어 갚아야 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포괄유증을 받은 사람이 원칙적으로 재산은 물론 빚까지 전부 승계한다고 보았습니다. 재산을 통째로 넘겨받았다면 그에 딸린 채무도 함께 넘어온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이 판단의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유언으로 재산 전부를 받게 되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 빚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지 않으면 뒤늦게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유류분을 돌려줬으면 빚 부담도 그만큼 줄어드나요?

같은 판결이 답한 두 번째 쟁점입니다. 유류분 청구를 받아 재산 일부를 돌려주었다면 그만큼 빚도 나눠 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유류분 제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유류분 청구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빚의 일부가 유류분을 받아 간 사람에게 넘어가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빚은 유증을 받은 사람이 그대로 다 부담한다는 것입니다.

반대편에서 보면 구도가 분명해집니다. 유류분을 청구하는 쪽은 받아 갈 몫은 있어도 빚까지 떠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포괄유증을 받는 입장이라면 계산의 순서가 중요해집니다. 물려받을 재산보다 빚이 더 많다고 판단되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물려받은 재산 한도에서만 빚을 갚는 절차)을 함께 검토해야 할 수 있습니다. 유류분을 얼마나 돌려주게 될지와는 별개로, 채무 전부를 부담하는 자리에 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상속인이 부모 예금을 몰래 인출했다면 어떤 청구가 되나요?

두 번째는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2863 판결입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부모가 돌아가신 뒤 상속인 한 사람이 부모 명의 예금 계좌에서 돈을 자기 계좌로 옮겼습니다. 다른 상속인들이 자기 상속분만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여기서 그 청구를 어떤 성격으로 볼 것인지가 갈렸습니다. 단순한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법적 근거 없이 얻은 이익) 반환으로 볼지, 아니면 상속회복청구(진짜 상속인이 자기 몫을 되찾는 청구)로 볼지의 문제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청구를 상속회복청구로 보았습니다. 예금을 가져간 상속인은 정당한 몫을 넘어 남의 상속분까지 차지한 셈이므로 참칭상속인(정당한 권리 없이 상속인 행세를 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속인들 사이의 다툼이라 하더라도 자기 몫을 넘겨 가져간 순간, 그 관계는 가족 내부의 정산이 아니라 상속권 침해의 구도로 옮겨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금처럼 나눌 수 있는 돈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나요?

같은 판결에서 함께 정리된 쟁점입니다. 예금채권처럼 금액으로 쪼갤 수 있는 채권은 상속과 동시에 각 상속인의 몫으로 나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각자 자기 지분만큼 청구할 수 있으니 따로 분할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대법원은 이 원칙을 전제하면서도, 형평이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처럼 한 상속인이 예금을 먼저 인출해 간 사정이 있다면, 처음부터 각자 몫으로 나뉜 것으로만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균형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까지 염두에 둔 판단으로 읽힙니다. 다만 어떤 사정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반화해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상속회복청구로 분류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가장 실질적인 차이는 기간입니다. 상속회복청구는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침해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

가족 사이의 돈 문제는 미뤄 두기 쉽습니다. 형제에게 직접 따지기가 부담스러워 몇 해를 넘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청구가 상속회복청구로 분류되면,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이 그대로 권리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상속인이 예금을 가져간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우선 언제 무엇을 알았는지부터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거래내역과 인출 시점, 그 사실을 알게 된 경위를 정리해 두면 기간 계산의 출발점을 다투게 될 때 근거가 됩니다.

정리

2025년의 두 판결은 상속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을 각각 하나씩 짚었습니다.

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2다220014 판결은 포괄유증으로 재산 전부를 물려받으면 빚도 전부 부담하며, 유류분을 돌려줬다고 해서 빚 부담이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2863 판결은 다른 상속인이 부모 예금을 가져간 뒤 이를 돌려달라는 청구를 상속회복청구로 보아, 침해를 안 날부터 3년과 침해가 있은 날부터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제한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두 판결을 함께 놓고 보면 방향은 하나로 모입니다. 상속에서는 받을 몫만 세어서는 부족하고, 따라오는 빚과 남은 기간까지 함께 확인해야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상황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