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을 써 둔 뒤에도 재산은 바뀝니다. 유언장에 적은 부동산을 생전에 팔기도 합니다. 이때 유언이 효력을 잃는지를 두고 최근 대법원이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유언 뒤의 행동이 유언을 거두는 경우

유언자는 살아 있는 동안 언제든 유언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면, 그 저촉된 부분의 유언은 철회한 것으로 봅니다(민법 제1109조).

예를 들어 집을 큰딸에게 준다고 써 두고 그 집을 팔았다고 합시다. 이 경우 그 부분 유언은 철회된 것으로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법원은 뒤의 행위가 유언과 양립할 수 없는 취지임이 명백하면 저촉으로 봅니다. 다만 유언자가 일부만 철회하려 했는지, 전부를 철회하려 했는지는 신중하게 가려야 한다고 합니다.

문제된 사건

돌아가신 분은 자필 유언장을 남겼습니다. 부동산 하나를 자녀 4명에게 법정상속분과 다른 비율로 나눠 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무렵 이 부동산 일대에서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이후 부동산은 조합 측에 팔렸습니다. 매매계약서는 그분이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중 작성되었고, 19일 뒤 그분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녀 한 명은 유언장의 효력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나머지 자녀들은 부동산을 팔았으니 유언이 철회되었다고 맞섰습니다. 원심은 매도가 유언과 저촉되는 생전행위라고 보아 유언이 철회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4다260146 판결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판결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유언의 뜻을 이렇게 읽었습니다. 고인의 뜻은 자녀들의 상속 비율을 법정상속분과 다르게 정하는 데 있었습니다. 부동산을 팔면 그 대금은 법정상속분대로 나누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유언장을 쓸 때부터 매도를 전제로 대금을 달리 나눌 뜻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매대금 중 상속재산이 되는 부분에도 유언의 효력이 미칠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낸 것입니다. 최종 결론은 다시 심리하는 법원에서 정해집니다.

이 판결이 주는 시사점

이 판결은 '팔았으니 유언은 끝났다'고 기계적으로 보지 않고, 유언자의 실제 뜻을 먼저 살폈습니다. 반대로 특정 부동산 자체를 특정인에게 주려는 뜻이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유언을 쓴 경위와 매각 경위가 중요합니다.

유언을 남기려는 분과 가족이 챙겨 볼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리

유언 뒤 그 재산을 팔면 해당 부분 유언은 철회된 것으로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 돈에까지 유언을 적용하려는 뜻이 인정되면 철회를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언을 남길 때는 재산이 바뀌는 경우까지 염두에 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사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상황은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